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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복음과도시 목회자 콘퍼런스 참가 후기
by 서명수·이지훈2023-06-24

복음의 정서에 스며들다

서명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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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중심의 교회 개척 운동인 CTC 코리아와 복음 중심의 연합사역 운동인 TGC 코리아는 둘 다 얼마 전 소천한 팀 켈러 목사를 중심으로 세워진 열매이다. 이 두 단체가 ‘복음과도시’라는 한 우산 아래 전국 목회자 콘퍼런스를 강릉에서 가졌다. 마치 어느 누구도 중심일 수 없다는 듯, 전국 각지의 목회자와 사모 500여 명이 대한민국 동쪽 최북단에 자리한 강릉에 모였다. 물론 그런 의도로 콘퍼런스 장소를 강릉으로 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누군가는 잔치를 연 주인이 되고 누군가는 손님이 되는 광경이 아니라 각자가 광야 여정을 걷다가 모압 평지에 모여든 열두 지파처럼 서로를 환대하는 그런 모습으로 콘퍼런스는 시작되었다. 이박삼일 일정의 복음과도시 목회자 콘퍼런스에 참여하며 느낀 몇 가지 단상을 나누고자 한다.


복음이 중심이 된 모임 


풍광 좋은 강릉 바다를 감상할 틈도 없이, 콘퍼런스 이박삼일 내내 강의와 나눔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강의의 주제는 다양했지만, ‘복음’이라는 하나의 깃발을 중심으로 전해졌다. 강의를 맡은 목회자마다 자신의 교회와 목회 사역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복음이 자신과 교회 가운데 어떻게 일하였는지를 고백적으로 나누어 주었다. 사실 이 말은 같은 내용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강사들은 강의를 통해 자신의 교회와 목회를 소개하였다. 하지만 강의를 듣고 있노라면 그들이 행한 사역에 초점 맞추어지는 게 아니라 그와 같은 사역을 빚어낸 복음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나를 포함하여 강의를 듣는 많은 이가 느꼈다. 때문에, 각각의 목회적 상황이 다른 다양한 이들이 모였음에도 그 가운데 흐르는 복음의 중심성으로 인해 모두가 강의를 공감하면서 들을 수 있었다. 


언급한 바와 같이 강의는 복음을 중심으로 하여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방식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복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정의하는가?’에 대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복음은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어서 그저 선언적이거나 피상적인 개념에 그치기 쉽다. 그러한 점을 인식해서인지 콘퍼런스의 문을 여는 첫날의 두 강의는 우리가 믿고 이해하는 복음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어졌다. 개회 예배에서는 이인호 목사를 통해 “은혜의 복음에 관하여”, 이어진 정갑신 목사의 강의는 팀 켈러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 “복음 그 자체”를 나누었다. 두 강연자 모두 복음과 복음이 만들어내는 선한 열매를 혼동하지 않아야 함을 신학적인 이론과 경험적인 고백을 통해 나누어주었다. 


둘째 날은 전날 전해진 ‘선명한 복음’이 ‘복음과도시’ 운동을 통해 어떻게 각 교회와 목회자 자신에게 적용되었는지, 교회 개척-교회 갱신-교회 연합의 관점에서 전해졌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참여한 목회자들에게서 감동과 위로, 새로운 동기를 새기게 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소그룹 나눔에서는 강의를 통해 복음이 만들어내는 다양성 속에서 오히려 선명한 복음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재발견하였다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는 이 콘퍼런스와 관련하여 가능성을 본 두 번째 인상으로 이어진다. 


복음으로 이루어진 연합과 사귐 


실제로 콘퍼런스에 모인 목회자들의 면면은 너무나도 다양했다. 다양한 규모의 교회를 목회하는 목회자, 개척 교회 목회자, 군목, 은퇴한 목회자, 부교역자, 그리고 다양한 교단 배경, 그리고 다양한 연령층, 도무지 구성원을 특정하여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목회자들이 모였다. 강의 또한 특정한 대상들을 고려하지 않았다. 주제들은 오히려 산발적이었다고 하는 것이 맞다. 그러함에도 콘퍼런스 일정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설명되지 않는 일체감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이 콘퍼런스가 복음의 가치와 내용을 새롭게 발견하고 고백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을 두지 않으려는 의지를 견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인지 어떠한 연결점도 없이 갑작스레 모인 소그룹에서 목회자들은 마음을 열고 각자의 사역과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기꺼이 나누었다. 한 소그룹을 인도해야 했던 나는 이렇게 다양한 배경과 관점의 사람들이 모여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복음의 열매’가 아닌 ‘복음’ 자체에 대한 집중은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금세 무뎌지게 했다. 그리고 각자의 삶을 빚어온 복음의 공감대로 인해 마치 오랜 교제가 있었던 관계마냥 풍성한 사귐을 맛보게 하였다. 


복음적인 사람들의 매력과 정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인상을 받은 것은 강연자들, 콘퍼런스를 섬기는 스태프들, 소그룹을 섬기는 테이블 리더들의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강의를 맡은 강연자들에게서 자신들이 이룬 사역의 열 매를 나누어주겠다는 권위적인 모습이나 가르치려는 태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하였다’는 이야기보다 ‘복음이 내게 무엇을 하였는가’를 드러내려는 강연 내용은 역설적으로 강연자를 새롭게 바라보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강연자들이 사이에서 복음적인 케미스트리가 콘퍼런스 내내 유쾌하게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칭찬이나 공치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간의 사귐을 통해 경험한 서로의 장점과 연약함 모두를 통과한 우정어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그룹에서 부부가 함께 나눌 때면 자신을 꾸미거나 외식하면서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진다. 그와 같이 강연자들은 깊은 신뢰와 친밀함 속에서 유쾌한 방식으로 서로를 견제하며 꾸밈없는 나눔을 하였고, 참석한 많은 이들로부터 이런 점에서 색다른 정서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헌신적으로 콘퍼런스를 섬기는 스태프들과 함께 배우고 먼저 들으려는 태도를 가지고 테이블 리더로 섬긴 CTC코리아 이사들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겸손하고 유쾌한 사람들과 그들의 사귐에서 흘러나오는 정서. 어쩌면 이것이 무엇으로 특정할 수 없었던 이 콘퍼런스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나 싶다. 


나가며 


둘째 날 저녁, 모범적인 목회와 여러 사역으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원로 박은조 목사의 메시지가 있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그의 고백으로 초여름 강릉에서의 경험을 매듭지으려 한다. 그는 “목회적으로도 열매를 보았고 많은 기독교 학교를 세우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와 같은 열매는 자신의 영혼에 아무런 유익이 되지 못하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더 알고, 그분을 더 닮아가는 것만이 진정한 위로와 기쁨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고백을 나누어 주었다. 복음의 열매가 아닌 복음 그 자체가 참된 의미요 기쁨이요 위로라는 그의 고백이 위로와 힘이 되었다. 


팀 켈러는 “부흥이 일어나는 때는 한 집단의 사람들이 이미 복음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가 실은 복음을 온전히 알지 못했음을 발견하면서 복음을 자기의 것으로 수용하고 살아있는 믿음으로 넘어갈 때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바울 사도가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빌 3:12)라고 고백한 것과 같이 목회자들이 언젠가 사로잡힌 바 되었던 그 복음에 다시 사로잡히기 위해 마음을 드릴 수 있다면 강릉에서 우리가 맛보았던 복음이 만들어낸 사귐과 복음적인 존재됨을 더욱 풍성히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소망을 품게 된다.



복음으로 ‘새로고침’ 된 시간

이지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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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열려는 페이지의 로딩이 멈춰서 뜨지 않고 그대로 멈춰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그 페이지를 새로 고칩니다. 그러면 로딩되지 않던 페이지가 빠르게 재로딩됩니다. 우리의 믿음도 여러 가지 이유로 마치 멈춰버린 페이지처럼 그 영향력과 그 능력의 작동이 멈춰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인터넷 페이지를 ‘새로고침’하는 것처럼 우리의 믿음을 새로 고쳐야 합니다. 다시금 새로워져야 합니다. 


우리 믿음의 새로고침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믿음의 페이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새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은 그저 이전의 은혜만을 그리워하며 그때의 추억만을 곱씹으며 사는 이가 아닙니다. 우리의 입에서 그저 하나님께서 이전에 내게 행하신 구원의 옛 노래만이 흘러나오고 있다면 우리의 신앙은 멈춰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하나님께서 내게 부어주시는 은혜를 경험해야 합니다. 우리는 은혜를 추억하는 자들이 아니라 오늘도 부어주시는 은혜를 경험하는 자들입니다. 우리의 입에서는 날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구원의 새 노래가 흘러나와야 합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은혜는 필요하지 않습 니다. 날마다 ‘새로운’ 은혜가 필요합니다. 


2023년 복음과도시 목회자 콘퍼런스가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마치 복음으로 새로 고쳐지는 것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강의가 다시금 그리스도의 복음 앞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복음을 붙들고 각자 사명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목사님들과 교제하는 시간은 교회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저 열심히만 하고 있던 저에게 다시금 복음적 목회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런 귀한 콘퍼런스를 제게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하나님의 손과 발로 준비하시고 실행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콘퍼런스를 끝내고 대구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아내와 다음 모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기대대로 조금 덜 어색하고 익숙하게 다시 만나 기쁨으로 인사드리는 날을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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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서명수·이지훈

서명수 여정의교회를 섬기고 있다. 총신신학대학원(M.div) 졸업, Free Church College in Edinburgh에서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에서 청교도를 중심으로 후기 종교개혁사(Th.M)를 공부했다. 번역서로 ‘그리스도인의 합당한 예배’가 있다.

이지훈 범어교회 담임목사. 중앙대학교(교육학 전공)와 총신대신학대학원(목회학 석사)를 졸업하고, 캐나다 Trinity Western University에서 World View Studies를 수학했다. 미국 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Philadelphia) 목회학 박사 과정 중이다.